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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 Vadis, Rollei 35 !!!!

로드매니저 2021. 3. 4. 00:55

1971년 아부지는 태어나서 여태껏 살아 왔던 고향을 떠나서 경북 칠곡의 어느 시골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972년 나는 태어났다.

그 시각, 지구 반대편인 독일에서는 한 카메라 공장에서는 또 다른 엑소더스가 있었으니, 1971년 롤라이는 생산기지를 독일에서 싱가폴로 옮기게 된다.  이 때부터 롤라이는 독일제와 싱가폴제로 큰 획을 그으며 후세 매니아들로 하여금 좀 더 저렴하게 롤라이 35를 사용할 수 있는 뜻하지 않는 배려를 하게 된다.   
여유가 되는 사용자에게는 독일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주머니가 얇은 사람에게는 싱가폴산을 사용할 수 있게끔 수 십 년을 미리 내다보는 롤라이사의 배려가 눈물 나게 고마웁다.  
1972년, 롤라이 35S 가 생산되기 바로 직전까지는 그나마 싱가폴에서 생산은 했지만 부품이나 렌즈등은 후기 독일제품과 거의 유사성을 보이게 된다.  즉, 사용된 렌즈가 롤라이산 테사가 아니라, 칼짜이스 테사렌즈가 장착 된 것이 그 예이다.  물론 72년경부터는 칼짜이스 테사대신에 일시적으로 슈나이더의 S-Xenar 렌즈를 사용했지만.
짧은 지식으로 이해하고 있기로는 1971년 이후 롤라이 35시리즈에서 더 이상의 칼짜이스 렌즈는 찾아 보기가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이후 사용되어지는 렌즈들은 Rollei HFT Sonnar 혹은 Rollei Tessar등이 장착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필름을 수동으로 정성껏 인화를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후지 FDI 나 노리츠등으로 스캔을 한 후 인화를 하게 되면 어떤 테사인지 구분해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또한 구분 자체가 애매해진다.  왜냐하면 아날로그를 0과 1의 조합인 디지털로 만들어 버렸다는 그 자체가 이미 1970년대에 태어난 렌즈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롤라이 35의 그 깜찍함에 매료되어 구입을 고려하는 예비 사용자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은 각 렌즈 (크게 구분해서 테사와 조나) 의 특성과 감성일 것이다.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도 롤라이클럽을 연신 들락날락 하면서 사진을 보고, 사용기를 뒤져 보고, 혹은 비교 분석한 글들을 보고 했지만, 선택은 역시나 어려웠다.  사용기를 보면 뭔가 시원한 해답이 있을 듯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인터넷을 통한 사진의 비교분석은 이미 그 의미를 잃었고, 다만 포토샵의 현란함에 감탄만 하게 되었다. 

물리적은 스펙은 달달 외운다고 하더라도, 그 물리적 데이터가 정확하게 사진에 일치하는 것이 아니고, 뭔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득 채워줄, 바로 그 렌즈를 찾는 것.  따라서 조나렌즈의 한 스탑 밝은 값과, 테사 렌즈의 살짝 어두운 렌즈가 절대적은 기준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감성과 색감은 엄연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적기에 앞서 제일 먼저 사용해본 것은 롤라이 35S 였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추천은 롤라이35s를 추천했었다.  그 이유는
     1.  밝은 조나 렌즈를 탑재했다.
     2.  탄생이 테사렌즈 보다 늦은 시기였고, 따라서 구식인 테사가 흑백에 어울린다면, 조나는 화사한 칼라에 잘 어울린다.
딱 두 가지 이유로 망설임 없이 Rollei HFT Sonnar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구입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초보 롤라이 사용자처럼 그 목측식이라는 이상한 포커싱 시스템에 나의 호기심은 바로 봄바람에 눈 녹듯 사라져 버리게 된다.  일반 초보 사용자들이 롤라이 35에 처음 들어와서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목측식이라는 포커싱
     2. 1.35V의 단종에 따른 배터리 문제에 기인한 노출값의 혼란
     3. 세월을 이겨 내지 못하고, 깨진 바가지 물새듯 줄줄 흘러 내리는 경통
     4. 괴상한 노출계의 위치

14~5롤의 칼라 필름을 사용하고는 책상위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결국 다른 사람 손에 넘겨 버렸다.

그.러.나
롤라이 35는 뭔가 마력이 있다.
팔고 나서 이내 뭔가 허전함이 온 몸을 엄습해오는 것이다.  결국 장터에서 또 다른 롤라이를 구입하게 되는 바로 롤라이35, 즉 초기 싱가폴산인 칼짜이스 테사렌즈를 장착한 그 카메라를 구입하게 된다.
이 때쯤에는 앞서 기술한 애로사항이 롤라이35에 대한 愛路로 바뀌게 된다.  
즉, 조리개값을 올려서 심도를 확보함으로써 포커싱에 대한 답답함을 이겨내고 (물론 아웃포커싱이 그립다면 slr 카메라를 추천드리고, 아니면 궁극의 줄자를 추천드리지만, 롤라이35의 컨셉과는 거리가 있겠다 하겠다.)  배터리에 대한 문제는 홍창기 선생님의 도움으로 극복되었다. (항상 고마우신 분)  그리고 자잘한 문제점도 홍선생님이 수리를 해주셔서, 정말 완벽한 롤라이35가 탄생하게 된다.

[렌즈가 칼짜이스 테사...선명하게 보인다.]

[참, 손가락 곱다....- _-;;]

[조폭같은 니콘의 F3hp...그리고 납치되어 왔음직한 아리땁고 연약한 Rollei 35]

지금 하드 디스크를 뒤져 보니, Rollei35를 가지고 참 많은 필름을 찍었다.  
비내리는 우포, 땡볕의 우포, 폭설로 뒤덮인 동네와 출근길, 꽃비 내리던 경주…..

테사는 분명 조나와 다르다.

내가 본 테사는 투명하다.
이영애의 피부처럼 산소같이 투명하다.
그리고 덕지덕지 고운 화장을 한 대신, 차분하게 우아하게 얇게 꾸민 그런 사진을 보여 준다.
작은 카메라지만, 뿜어내는 사진들은 니콘의 최신형 SLR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다.  아니 니콘이 샤프한 도시의 사진이라면 테사는 투명하고 깨끗한 아름다운 여인네의 피부 같은 느낌이다. 

혹시라도 롤라이35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느림의 미학’을 먼저 배우기를 권한다.  그냥 셔터만 누르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5분할 측광 시스템도 없고, 초고속 연사 기능도 없으며, RGB 측광이라는 것은 더더욱 없다.  
그냥 카메라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느긋하게 노출을 보고, 느긋하게 프레이밍하고, 그리고 피사체를 느끼고, 마지막으로 셔터를 누르게 되는.  하지만 철저하게 사진과 카메라의 기본과 본성에 충실한 카메라가 바로 롤라이 35 시리즈들이다.  물론 손에 익으면 속사(?)도 가능은 하나, 그것은 끊임없이 연습한 것에 대한 하느님이 주신 또 다른 선물에 불과하다.

롤라이를 사용하게 되면 액세서리 (후드/필터/캡등)을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정말 어렵다.  장터에서 노숙을 하면 모를까.  그렇다고 후드나 캡이 없어서 불안하다면, 사진처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다.  코닥 필름통을 잘라서 만들고, 같이 딸려 오는 두껑을 렌즈캡 대용으로 사용하면 된다.  조금만 주의를 하면, 렌즈와 필터사이에 딸깍 소리가 날 정도로 끼우고 필터를 돌려 끼우면 멋있게 후드가 고정된다.  물론 시간이 되면 후드 안쪽으로 마감을 해서, 혹시라도 빛이 난반사 되는 것을 막아주면 더욱 완벽하게 된다.

롤라이에는 원래 가죽/레자 케이스가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까닭에 낡았거나 혹은 실제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다.  왜냐하면 넥스트랩없이 손목에 차고 다녀야 하는데, 이는 한 손의 사용이 부담스럽게 되고, 또한 다른 카메라라도 손에 들여 있으면, 그 무게로 인해서 핸드블러 (손떨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여유가 되면 속사케이스를 구해보는 것도 괜찮다.  속사케이스는 두꺼운 가죽으로 되어 있어 카메라를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넥스트랩이 달려 있어서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즉, 한 손으로 몇 만원만 주면 되는 카메라를 쥐고 다니는 것 보다, 차라리 오른손은 사랑하는 아내를, 왼손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양보해주는 것이 낫다.  사람은, 특히 가족은 사진생활에 한 가운데에 서 있기에….그 들에게 과감히 손을 내미는 것이 낫다고 본다.  당장 한 손에 카메라를 들었다는 미명하에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낑낑대는 아내를 못 본체할 용기가 있는가?  그렇다면 조만간 그대의 카메라는 장터로 직행해야 할 것이다.

가볍게 수필처럼 사용기를 적었다.  간단한 필수 액세서리와 함께
예제를 끝으로 글을 줄이고자 한다.

최초등록일: 2006-07-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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