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윤&동욱

부활절 사건

로드매니저 2020. 10. 27. 01:33

등록일: 2003-04-20 11:40
조회수: 763

어제 밤에 성당에 갔었습니다.
같이 근무를 하셨던 분께서 전화를 하셔서, 일부러 성당에 갔었는데, 마침 부활절이더군요.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잠깐 나눈 후, 사진도 찍고 (이 분이 저에게 카메라의 세계로 인도하신 분이죠) 가족분들이랑 인사도 나누고 했습니다.  갈 때, 아들놈과 같이 갔는데, 26개월... 한창 저항과 반항을 할 시기인지라 좀 걱정은
했습니다만, 비도 오고 해서 그냥 바로 성당으로 향했는데...
처음에는 수사님들의 검정색 복장과 성당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에 눌려서 조용히 있더 군요. 한 10분.. 하지만 점점 본색을 들어 내는 것이, 먼저 신발을 벗으려고 하더군요. 이 놈의 특징은 일단 실내에 들어 오면, 신발 양말 겉옷등을 벗고 내복으로만 있으 는 - 참 실외, 식당등에서는 곤란한 - 성질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성당에 다니는 스타일도 아니고, 수사님께 실례가 될 것 같아 억지로 달래서 안고 있었습니다.
이어, 10시 30분에 미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부활절 미사... 상당히 엄숙하더군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신자들에게 초가 하나씩 전달이 되고, 제 손에도 초가 하나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이 제 아들 놈에게도 초를 하나 건네 주더군요. 사실, 저 걱정 많이 되었습니다.
왜냐구요?
얘가 보는 초는 모두 생일날 사용하는 초로 생각을 합니다.
TV에 나오는 초, 제삿날 사용하는 초.... 모든 초는 생일날을 위한 것이며,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초를 '훅"하고 불어 꺼버리죠. 제삿날에도, 촛을 '훅'하고 불어 꺼버리곤 하죠....^^;;
어제도, 옆에 분이 초를 건네자, '조타!!' 라며 고함을, 그 조용했던 성당안을 다 울리며, 메아리를 치더군요.
일순, 기도하시던 분들, 족히 100여분의 시선이 저와 저의 아들에게로 꽂이더군요.
땀이 찔끔 났습니다.
그래도, 이 놈은 초를 두 손으로 받고서는 마치 기도난 하듯이 양손으로 쥐고, 쪼거려 앉더군요.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26개월짜리 애가 그렇 수도 있지....

이제, 수도사님들이 행진을 하시고, 초에 불을 건네 붙이는 행사가 진행이 되더군요.
저는 이 아이의 아버지로서, 당연히 촛불을 붙여 주지 않고, 옆 사람에게만 붙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옆에 분, 친절하게도 아들놈의 초에 불을 붙여 주셨습니다. 실수 하신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리기엔 이미 늦었던 순간이죠.
붙이기가 무섭게,
'훅~'
불을 껐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오더니,
'훅~'.......^^;;
'됐따~~~!!!!' - 엄청난 큰 소리와 되돌아오는 에코....메아리....

수사님이 저에게 오시더군요. 
저 그 분이 뭐라 말씀하시기도 전에 그냥 애 안고 나왔습니다.

모든 초는 생일날 초와 동일시 하기에, 이 사태를 예상했었죠.
황망히 나와서, 차에 태웠습니다.
운전하면서, 뭐라 말을 하니까....
대답이 없더군요.
자고 있더군요.

2003년 부활절.
이 놈이 태어 나기 3일 전에 갔던 수도원에 태어나서 26개월만에 가서, 대형 사건만 터뜨리고
황망히 돌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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