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말, 최초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을 방문했던 워싱턴거주 30대 남성이 미국에서의 코로나 전염병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이때에만 해도 그냥 단순한 전염병 혹은 독감정도로 가볍게 여겼고, 중국에서 창궐한 지역 풍토병 정도로 봤었다.
2020년 2월, 대구에서 신천지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했다. 전세계 뉴스의 중심은 한국이 되었고 많은 나라들이 한국인의 입국제한을 하기 시작했었다. 5백원짜리 황사마스크가 10배이상 오른 가격에도 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사무실 직원들은 지나가면서 나의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2020년 3월, 이즘에 뉴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의료시스템이 붕괴한 것처럼 보였다. 병상이 모자랐고 환자를 치료할 의사들에게 개인보호장비조차 지급못하는 지경이 되었고, 결국엔 그들도 코로나에 희생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first responders 들이 먼저 코로나에 노출됨에도 방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료인들과 first reponders들은 뉴욕을 살리기위해 모였다. 대구를 살리기 위해 한국인이 그랬던 것 처럼.
3월에 우리는 사무실에서 철수하고 재택근무에 들어 갔다. 정말 영화에서의 비상소개령처럼 바람처럼 비품을 정리하고 퇴각했다.
덩달아 사재기가 광풍처럼 불어닥쳤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먹거리부터 진열대에서 사라졌고, 생수는 제한판매를 했으며 화장지는 열흘째 구할 수 없었다. 고기도 동이 났지만 진열대를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손소독제와 마스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구할 방법도 없었다.
책상에 있던 작은 손소독제. 한 번 사용에 1달러라고 장난스레 적어 뒀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심각할지 모른체
한국에서는 철저하게 거리유지와 마스크 사용을 강조한 반면에 미국은 마스크가 정치쟁점화 되는 웃픈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마스크착용이 뭐라고.
미국의 혼란과 기본적인 마스크의 품귀현상에 한국에서 구호물품(?)을 공수 받는다. 이마저도 거의 한달 만에 배송이 이루어졌다. 코로나로 인해서 항공기의 국가간 이동이 대폭 줄어든 것도 이유지만, 반대로 한꺼번에 몰려 오는 화물을 세관에서 처리하는데 과부하가 걸린 모양이았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각자의 EMS 경험담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다행인 점은 미국은 군대는 정치로 부터 완전한 중립을 주장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였고 엘리베이터는 3인 이상 탑승금지 조치도 내렸다. 책상을 벗어날 때에는 항상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리고 일반직원의 재택근무를 시행했다는 점이다.
재택근무를 실시한 이후 자주 갔었던 H.E.B 식품점을 간 적이 없다. 인터넷을 통해서 주문을 하고, 주차장에 도착하면, 트렁크에 직원이 물건을 실어 준다.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고, 직원들 혹은 다른 손님들과 마주칠 일도 없는 철저한 격리속에서 생필품을 구입한지 벌써 9개월째.
미국의 코로나는 다시 폭발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 가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재채기를 해도 눈치를 안봐도 되는 시기가 다시 올까?
3월에도 않던 체온 검사를 어제는 한국식료품점에서 하는 것을 보고, 코로나의 계곡이 더 깊어짐을 느끼고, 다가오는 추수감사절이 어마어마한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완전한 과거. 처음 코로나가 나왔을때 사무실에서 나온 이야기가 new normal 이었다. 그 당시에는 믿지도 않았지만, 어쩌면 그 말이 맞을 것 같은 불안감이 요즘은 자꾸 생긴다. 산업혁명처럼 코로나로 인한 또다른 급격한 변화가 지금 저 고개너머 오고 있는 것 같다. 뜨오르는 것이 있으면 지는 것이 생겼던 것처럼.
2020년 11월 15일, 텍사스 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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