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휩쓸고 간 지구는 긴 고통을 이겨내고,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 이제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 졌던 재택근무 혹은 Telework의 시대는 끝이 나고, 직장으로 복귀를 종용당하고 있다. Elon Musk도 출근을 안하면 퇴사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고, 몸담고 있는 우리 회사도 직장으로의 복귀를 강요하고 있다.
거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반바지 차림에 면도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서너발자국 떨어진 책상으로 이동하는 극강의 출근 시스템 속에서 편하게 살아 왔다. 간혹 바지도 입지 않고 속옷 차림도 가능했었던.
실제로 월마트에서 셔츠 등의 상의는 매출이 꾸준해도 바지 등의 하의에 대한 매출은 감소했다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이제 운전대를 잡고 출근을 해야 하니, 몸이 천근만근이고 정말 도살장에 끌려 가는 기분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래서 요즘 재택근무를 별도로 신청하는 직원들이 있다. 어제도 신청서를 받았고.
이 직원은 정말 죽고싶을만큼 오기 싫었던 모양이다. 재택근무 신청사유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나이가 이제 60을 바라 보는 58세이기에 새벽마다 잠을 깨고, 다시 잠이 잘 오지도 않고, 게다가 이 지긋지긋한 도시에서 운전을 해서 출근하려니 도저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신청하니 승인해달라'
또 한 직원, '기름값이 2배로 올랐는데, 재택근무를 승인해달라.' 등등
이 서류를 받고, 한참을 읽고 또 읽었다. 나도 양심이 있으니 저런 서류를 통과시킬 수는 없지 않겠나. 읽고 또 읽어도 도저히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음에, 그리고 저런 정신상태에 경의를 표하는 길 외엔.
서류에 'recommends disapproval' 이라고 적고는 위로 보냈다. 분명 equal opportunity 로 걸것 같아서 이거 저거 다 뒤져 봐도, 도와 줄 길이 없음을.
인간군상이 그렇지만, 간혹 내가 초등학생들과 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진다.
Integrity & Professionalism.